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이 고전적인 질문은 수천 년 전 동양 철학의 핵심 쟁점이었으며, 오늘날 현대 범죄 심리학이 사이코패스나 연쇄 살인마의 내면을 분석할 때 여전히 마주하는 본질적인 의문이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과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은 단순한 도덕론을 넘어, 현대 과학이 밝혀내고 있는 인간의 행동 기제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는 지점이 많다. 만약 두 철학자가 현대 범죄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흉악범을 바라본다면 어떤 진단을 내릴지, 그리고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고찰해 본다.
1. 맹자의 성선설: 훼손된 '사단(四端)'과 환경적 결핍

맹자는 인간에게 본래 선한 마음의 싹인 사단(四端)이 있다고 보았다. 측은지심(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지심(겸손한 마음), 시비지심(옳고름을 가리는 마음)이 그것이다. 맹자의 관점에서 범죄자는 '악하게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던 선한 본성을 '잃어버린(放心)' 존재다.
현대 범죄 심리학의 '애착 이론'이나 '환경적 요인'은 맹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많은 강력범죄자가 어린 시절 극심한 학대나 방임 속에서 성장하며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학습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맹자는 이를 "산의 나무가 아름다웠으나 대도시 근처라 도끼로 자꾸 찍어내니 민둥산이 된 것(우산지목, 牛山之木)"에 비유했다. 즉, 범죄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결핍이 인간 본연의 선한 에너지를 고갈시켰다는 해석이다. 맹자가 현대의 교정 시설을 방문한다면, 처벌보다는 수용자의 잃어버린 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심리 치료'와 '환경 개선'의 중요성을 역설할 것이다.
2. 순자의 성악설: 억제되지 못한 이기심과 '화성기위(化性起僞)'

반면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철저히 이기적이고 욕망 중심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배고프면 먹고 싶고, 추우면 따뜻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가 제어되지 않을 때 투쟁과 혼란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순자에게 선(善)이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교육과 예(禮)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를 '화성기위(化성起僞)', 즉 본성을 변화시켜 인위적인 선을 일으킨다고 표현한다.
이는 현대 범죄 심리학의 '통제 이론(Control Theory)'이나 '행동주의 심리학'과 궤를 같이한다. 범죄는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기적 욕망을 제어할 시스템(자기 통제력, 사회적 유대)이 무너졌을 때 발생한다는 논리다. 순자의 눈에 비친 사이코패스는 본성이 악한 것이라기보다, 사회화 과정에서 강력한 '예(시스템)'를 습득하지 못한 실패 사례다. 그는 엄격한 법 집행과 체계적인 사회적 억제력을 강조하며, 인간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3. 현대 범죄 심리학과의 접점: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오늘날 범죄 심리학은 성선설과 성악설의 극단적 대립을 지양하고, 유전적 요인(Nature)과 환경적 요인(Nurture)의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 MAOA 유전자*와 전두엽 손상**: 특정 유전적 변이나 뇌 기능의 결함은 충동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순자가 말한 '제어되지 않는 본능'의 생물학적 근거가 될 수 있다.
- 사회적 학습: 반두라(Bandura)의 관찰 학습 이론은 인간이 주변 환경을 통해 범죄 행위를 배운다고 설명한다. 이는 맹자가 우려했던 '본성을 해치는 환경'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철학자 모두 '교육'의 힘을 믿었다는 것이다. 맹자는 본성을 지키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고, 순자는 본성을 고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론은 같다. 인간은 변화 가능한 존재라는 점이다.
4. 실질적 결론: 갓생을 꿈꾸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범죄 심리학의 관점에서 맹자와 순자의 논쟁을 바라보면, 결국 인간의 삶이란 본능이라는 야수(순자)를 사회화라는 고삐(맹자)로 길들이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현대인들이 '갓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 역시 일종의 현대판 '수양'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본능(성악설적 욕구)과 싸우며, 더 나은 나를 만들려는 의지(성선설적 사단)를 발휘한다. 범죄가 '자기 통제의 실패'라면, 성공적인 삶은 '자기 본성의 건설적인 발현'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고전 철학을 현대적 현상에 투영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 정해진 운명에 갇힌 존재가 아니다. 맹자의 따뜻한 신뢰와 순자의 냉철한 훈련법을 동시에 수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범죄의 유혹과 나태함의 심연을 지나 진정한 '인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5. 요약 및 제언
- 맹자 스타일: 범죄자의 내면 깊숙이 숨은 양심을 자극하고, 건강한 공동체로의 복귀를 돕는 치유 중심의 접근.
- 순자 스타일: 명확한 규칙과 보상 체계를 통해 악한 본능이 발현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시스템 중심의 접근.
이 두 가지 시선은 현대 형사 사법 제도에서 '교화'와 '응보'라는 두 축으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여러분은 자신의 본성이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지금 당신을 움직이는 동력은 본성의 선함인가, 아니면 치열한 자기 통제의 산물인가?
[참고]
*1. MAOA 유전자: '전사 유전자(Warrior Gene)'의 정체
**MAOA(Monoamine Oxidase A)**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효소 활성도가 낮아지면(MAOA-L),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히 분해되지 않고 뇌에 과도하게 쌓이게 된다.
- 메커니즘: 세로토닌은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데, 이것이 태아기나 유아기부터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를 유지하면 역설적으로 뇌의 감정 조절 시스템이 무뎌지게 된다.
- 특징: 연구에 따르면 MAOA 활성도가 낮은 사람들은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전사 유전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 반전(환경의 영향):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점은, MAOA-L 유전자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유전학자 제임스 팰런(James Fallon)의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는 '어린 시절의 학대나 트라우마'라는 방아쇠가 당겨질 때만 반사회적 행동으로 발현된다.
**2. 전두엽 손상: 뇌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다
전두엽, 그중에서도 눈 바로 위에 위치한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은 인간의 이성과 본능을 조절하는 '중앙 통제실' 역할을 한다.
전두엽의 주요 기능
- 충동 조절: 당장의 욕구를 참고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하게 한다.
- 사회적 규범 이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타인이 어떻게 느낄지 공감하게 한다.
- 의사결정: 상황을 분석하고 적절한 행동 지침을 내린다.
손상 시 발생하는 현상
전두엽이 사고로 손상되거나 선천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경우, 인간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아진다.
- 피니어스 게이지 사건: 19세기 철도 노동자 게이지는 사고로 철심이 전두엽을 관통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온순했던 그는 사고 후 매우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이는 전두엽이 성격과 도덕성을 담당한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 반사회적 인격 장애: 많은 연쇄 살인마의 뇌 스캔 결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과하게 활성화된 반면, 이를 억제해야 할 '전두엽'은 매우 비활성화된 양상을 보인다.
3. 유전자와 뇌의 치명적인 만남
범죄 심리학자들은 **'MAOA 변이 + 전두엽 기능 저하 + 유년기 학대'**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할 때 가장 위험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분석한다.
- 감정의 과잉: MAOA 변이로 인해 분노와 공격성이 쉽게 치솟는다(가속 페달).
- 통제의 부재: 전두엽 손상으로 인해 그 분노를 멈출 힘이 없다(브레이크 고장).
- 공감의 결여: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는 신경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