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3이 4월 13일 공개를 확정했다.
https://youtu.be/c3j5JlU4AvA?si=BOULYRm54m4Tql9x
윰세는 웹툰 연재 때부터 정말 사랑했던 작품이다. 드라마화된 것도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여주 김고은의 사랑스러움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홍설 김고은이나 도깨비신부 김고은(워낙 다작을 하셔서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아무튼)보다 유미 김고은이 참 좋다. 그 다음은 작은아씨들의 오인주 김고은.
윰세3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남자주인공이 아닐까? 시즌 1부터 웹툰과의 미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윰세 시리즈의 남자주인공들... 유미의 세포들 3를 기다리며 윰세 시리즈가 주는 메시지를 스피노자와 연결하여 풀어보도록 하겠다.






1. 내 머릿속의 작은 주인공들, 세포들
드라마와 웹툰으로 사랑받은 '유미의 세포들'은 서른 살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일상을 머릿속 세포들의 관점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사랑세포, 이성세포, 감성세포, 그리고 출출세포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포들이 유미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들의 향연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이 단일한 자아가 아닌 다양한 욕구와 감정의 복합체라는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바루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가 그의 저서 『에티카』에서 분석한 인간의 감정 지도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유미의 세포들이 어떻게 유미라는 존재를 구성하고 움직이는지, 스피노자의 철학적 렌즈를 통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코나투스(Conatus), 세포들이 존재하는 이유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코나투스(Conatus)'다. 이는 모든 사물이 자기 존재를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있어 코나투스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자신의 역량을 증대시키고 더 큰 기쁨을 향해 나아가려는 에너지로 나타난다.
'유미의 세포들'에서 세포들이 하는 모든 행동의 근거는 바로 유미의 코나투스를 지키기 위함이다. 사랑세포가 밤새 고민하고, 이성세포가 전략을 짜며, 심지어 자존감 세포가 무너진 유미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은 유미라는 생명체가 자신의 존재 역량을 보존하고 확장하려는 코나투스의 발현이다. 세포들이 유미의 행복을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행위는, 스피노자가 말한 "우리가 무엇을 선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욕망의 우선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3. 기쁨과 슬픔, 역량의 변용(Affectus)
스피노자는 감정을 '변용(Affectus)'(혹은 정동 affect)이라고 불렀다. 외부 자극에 의해 나의 역량이 증가하면 '기쁨'을 느끼고, 반대로 역량이 감소하면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미가 연애를 시작할 때 머릿속 세포 마을이 축제 분위기가 되는 것은 유미의 존재 역량이 증대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별 후 '세포 마을에 홍수가 나는 현상'은 코나투스가 위축된 슬픔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표현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피노자가 '슬픔'을 수동적인 상태로 보았다는 것이다. 외부의 힘에 의해 나의 역량이 억눌릴 때 슬픔이 찾아온다. 드라마 속에서 유미가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거나 자책할 때 세포들이 무기력해지는 모습은 바로 이러한 수동적 변용의 상태를 대변한다. 반면, 유미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를 긍정하기 시작할 때 세포들이 다시 활기를 찾는 과정은 수동적 감정을 능동적 기쁨으로 전환하는 철학적 승화의 과정이다.
4.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인가, 실체와 양태*
작품의 가장 감동적인 대목 중 하나는 유미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일까?"라고 물었을 때, 게시판 세포가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어. 이 장소의 주인공은 한 명뿐이야"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이는 스피노자의 '범신론적 실체'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피노자에게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실체이며, 인간 개개인은 그 실체가 드러난 일시적인 모습인 '양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양태 안에서 우리는 고유한 질서를 가진다. 유미의 머릿속 수많은 세포(부분들)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모든 활동의 총합은 결국 '유미'라는 하나의 실체적 일관성으로 수렴된다. 외부에서 유입된 '남자 주인공'이라는 양태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유미라는 존재 자체가 우주의 한 부분으로서 당당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스피노자가 말한 '신에 대한 지성적 사랑(진리에 대한 깨달음)'과 맞닿아 있다.
5. 감정의 필연성을 이해하는 지혜
스피노자는 감정을 비난하거나 찬양하지 말고, "기하학적 도형을 다루듯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왜 내가 화가 나는지, 왜 질투가 나는지 그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때 감정의 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미의 세포들'은 이 조언을 가장 완벽하게 시각화한 교과서다. 유미가 불안해할 때 불안세포가 나타나고, 화가 날 때 앵그리 세포가 날뛰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는 감정을 '나 자체'와 동일시하지 않고 객관화하여 바라보게 된다. "아, 지금 내 안의 불안세포가 작동하고 있구나"라고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는 노예가 아니라 자기 삶의 주권을 가진 입법자가 된다. 이는 스피노자가 지향했던 '이성에 의한 자유'의 실천적 모습이다.
6. 우리 모두의 세포 마을을 위하여
'유미의 세포들'은 평범한 한 여성의 일상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따뜻하게 긍정한다. 스피노자의 철학이 딱딱한 논리학의 언어로 인간을 분석했다면, 이 작품은 귀여운 세포들의 몸짓으로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필연적이며 소중한지를 증명한다.
결국 우리는 내 안의 수많은 세포(욕망과 감정)들을 억압하거나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조화롭게 소통하여 나의 '코나투스'를 높일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 유미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듯, 우리 역시 내면의 세포 마을을 잘 관찰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와 기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느끼는 사소한 감정의 파동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참고]
실체와 양태 개념 이해하기
1. '실체'와 '양태'의 쉬운 비유: 바다와 파도
- 실체(Substance): 거대한 '바다' 그 자체다. 바다는 스스로 존재하며 무엇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스피노자는 이 거대한 근원을 '신' 또는 '자연'이라고 불렀다.
- 양태(Mode):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파도'다. 파도는 바다의 일부이지만,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일 뿐이다. 파도 스스로는 존재할 수 없고 바다가 있어야만 존재한다.
유미의 세계에 대입하면: 유미의 인생이라는 거대한 '세계(실체)'가 있고, 그 안에 나타나는 '구웅, 바비, 순록(남자 주인공들)'이나 '유미 자신'은 모두 그 세계에서 잠시 나타난 '파도(양태)'와 같다.
2. "남자 주인공은 없어"라는 말의 철학적 의미
작품에서 유미는 늘 누군가(남자친구)를 인생의 주인공으로 세우려 했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나라는 파도'보다 '상대방이라는 파도'가 더 중요하다고 착각한 것이다.
하지만 게시판 세포의 말은 이 질서를 바로잡는다.
- 잘못된 생각: "저 멋진 파도(남자 주인공)가 내 바다의 주인이야."
- 스피노자의 통찰: "너(유미)도 파도고, 그(남자)도 파도일 뿐이야. 하지만 이 구역(유미의 인생)이라는 바다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중심은 바로 너라는 파도의 질서야."
즉, 외부에서 온 다른 '양태(남자)'에 내 삶의 중심을 내어주지 말고, 내가 가진 고유한 질서와 에너지를 회복하라는 뜻이다.
3. '부분(세포)'과 '전체(유미)'의 관계
스피노자는 "전체는 부분들의 활동으로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전체는 그 부분들을 하나로 묶는 고유한 규칙을 가진다"고 보았다.
- 유미의 머릿속에는 수만 개의 세포(부분)가 있다. 출출이, 사랑이, 응큼이 등 각자 자기 일만 한다.
- 만약 이들이 따로 놀면 유미는 미쳐버리거나 존재할 수 없다.
-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세포들의 좌충우돌 활동이 합쳐지면 결국 유미'라는 하나의 일관된 인격(전체)이 유지된다.
- 스피노자는 이렇게 수많은 부분적 활동이 모여 하나의 통일된 개체를 이루는 힘, 그 질서 자체를 긍정하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보았다.
4. '신에 대한 지성적 사랑'이란?
이름은 거창하지만 알고 보면 심플하다. "아, 내 인생에 일어나는 모든 감정(세포들의 난동)과 인연(남자들)이 결국 거대한 자연의 법칙 속에 있는 것이구나!"라고 머리로 완벽히 이해하는 상태다.
유미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라고 깨닫는 순간, 유미는 더 이상 남자친구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휘둘리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세상의 이치(필연성)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왜 아픈지, 왜 사랑에 빠지는지를 '세포들의 활동'으로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된 유미의 상태가 바로 스피노자가 말한 '지성적 사랑'의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