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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윤리학41

온라인 혐오는 왜 멈추지 않는가: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으로 본 혐오의 구조 2026년 3월 14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가 96세로 별세했다. '의사소통 합리성'과 '공론장 이론'으로 20세기 민주주의 철학의 토대를 쌓은 거인이었다. 사실 나는 이 부고 소식을 공식 언론 기사가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업로드된 글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내가 어느 정도는 커뮤의 헤비 유저임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체로 온건한 성향의 커뮤이기 때문에 추모 댓글이 주를 이뤘지만 불쑥 불쑥 혐오 표현('뭐야, 이 듣보는?', '틀딱이었네' 등)이 끼어들고 있었다. 웃프다는 말마저도 하기 어려운 상황. 하버마스 별세를 알리는 글 위 아래로는 '요즘 엠생사는 XX 근황', '하꼬방송하다 퇴출당한 XX' 같은 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버마스가 평생 경고했던 그 장면.. 2026. 3. 20.
철학자들의 사적인 로맨스 철학은 차가운 이성과 날카로운 논리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그 이론을 정립한 철학자들의 삶은 누구보다 뜨겁고 때로는 기괴할 정도로 복잡했다. 그들에게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유희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적 가치를 증명하거나 혹은 완전히 무너뜨리는 실존적인 실험실이었다. 구글 검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 그들의 사상과 얽힌 기묘한 연애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1. 프리드리히 니체: 소유할 수 없는 뮤즈와의 비극적 춤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포하며 기존의 도덕을 파괴했지만, 정작 사랑 앞에서는 누구보다 나약하고 서툰 인간이었다. 그의 연애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루 살로메다.루 살로메는 당대 최고의 지성미를 갖춘 여성으로, 니체뿐만 아니라 릴케, 프로이트 등 수많은 천재의 마.. 2026. 3. 20.
우리는 굶주리는 나라를 도와야만 하는가? : 싱어, 노직, 롤스의 관점 비교 오늘날 인류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절대적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이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굶주리는 나라를 도와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동정심의 문제를 넘어, 현대 윤리학과 정치철학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 글에서는 공리주의적 관점의 피터 싱어, 자유지상주의의 로버트 노직, 그리고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주장한 존 롤스의 이론을 통해 해외 원조에 대한 당위성을 다각도로 고찰하고자 한다.1. 피터 싱어: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과 보편적 의무피터 싱어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해외 원조를 '선택'이 아닌 '의무'로 규정한다. 그는 고통을 줄이고 쾌락을 증진하는 것이 도덕적 선이라고 믿으며, 고통을 느끼는 모든 존재의 이익은 평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한계 .. 2026. 3. 19.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와 퇴계 이황의 경(敬) 사상 「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는 당연히 철학책이 아니다. 나에게는 '생존기'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조울병이라는 질병에 대해 생각하며 동시에 퇴계 이황을 떠올린다. 조증의 고양감과 울증의 심연을 오가는 그 처절한 자기 관찰의 기록이, 500년 전 이 조선의 학자가 평생 붙들었던 화두인 '경(敬)'과 정확히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조울증을 앓고 있거나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 혹은 그 곁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단, 분명히 해두어야 할 전제가 있다. 조울증(양극성 장애)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의 약물 치료가 필요한 뇌 질환이다. 국내 양극성 장애 유병률은 성인의 약 1.1~1.5% 로 추산되며(국립정신건강센터, 2022), 치료받지 않을 경우 재발률이 90%.. 2026. 3. 19.
진정한 자유란: 다락방의 은둔 철학자 스피노자의 메시지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바루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하숙집 다락방에서 렌즈를 깎으며 생계를 유지하면서 철학 연구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 '렌즈 깎는 노인' 같은 스피노자의 생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꼿꼿함이 학문적 자유에 대한 그의 긍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대 공동체에서 파문 당한 후 생계를 위해 망원경이나 현미경 렌즈 깎는 일 말고는 구할 수가 없어서였다는 말도 있다. 비극적인 것은 렌즈를 깎을 때 발생하는 유리 가루를 오래 흡입하여 진폐증으로 44살이라는 (현대 기준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나말고도 이런 스피노자의 고결함, 고귀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렌즈 깎는 행위를 '명징한 진리의 빛을 탐닉하다'와.. 2026. 3. 18.
회의주의자 흄이 가르쳐주는 '행복해지는 법' 인간은 끊임없이 '확실성'을 갈구한다. 내 직장이 안전한지, 내 파트너가 영원히 나를 사랑할지, 내가 내린 결정이 정답인지 확인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확실성에 대한 집착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낳는다. 18세기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철저한 회의주의자로 불리지만, 정작 그의 삶은 매우 유쾌하고 평온했다. 그는 어떻게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었을까? 흄이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행복의 메시지는 '포기'가 아닌 '수용'에 있다.1. '완벽한 정답'이라는 환상을 버릴 때 시작되는 평온흄은 인간의 이성이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우리가 인과관계라고 믿는 것들이 사실은 심리적인 습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통찰은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2026.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