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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윤리학41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 2 : 비코(Giambattista Vico, 1668~1744) 내가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사실 따로 있다. 요즘 'TOS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B주류 초대석'을 재밌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B급, 비주류로 칭하는 세 호스트들은 채널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화보까지 찍었다. 비주류가 화보를 찍는다. 이 역설이 증명하는 것은 하나다. 마이너함은 열등함이 아니라는 것. 비주류는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소외와 가난과 슬픔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마이너의 매력은 그 매력을 알아보는 자들의 심장에 직진하여 무언가를 꿰뚫어낸다. 철학의 역사에도 같은 법칙이 작동한다.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인물은 그 법칙의 가장 극단적인 증거다. 그는 자신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반지를 팔아야만 했지만, 그 책은 유럽 지성계에서 완전히 무시되었으.. 2026. 4. 1.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 1 : 이지(李贄, 1527~1602) 유학의 언어로 유학의 권력을 해체한 이단아가장 위험한 이단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체제의 가장 충실한 내부자에게서 태어난다. 이 명제를 처음 떠올렸을 때, 나는 내가 몸담았던 어떤 조직을 생각했다. 가장 날카로운 내부 비판자는 그 조직의 원래 언어를 가장 진지하게 믿었기 때문에 비판자가 되기도 한다. 이건 아이돌 팬덤 세계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이다. 가장 극렬한 애정을 바쳤던 팬이 한번 그 세계의 모순(거하게 현타를 맞는다던가)을 인지하게 되면 세상에서 그 아이돌의 치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잔혹한 안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명나라 말기의 철학자 이지 (李贄, 1527~1602)가 정확히 그랬다. 그는 공자를 몰랐거나 거부한 것이 아니라, 공자를 너무 진지하게 읽었기 때문에 공자를 팔.. 2026. 3. 31.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왜 여전히 우리 지갑 속에? (한국 철학 산책) 강릉 오죽헌에 가면 율곡 이이의 동상도 있고,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고 길렀다는 몽룡실(夢龍室)이라는 방도 볼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이 주는 쾌적함 덕분에 날씨 좋은 날 방문하면 돌아보기 좋은 관광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특히 이곳에 있던 기존의 향토 민속관을 재단장하여 2023년 개관한 ‘화폐전시관’은 꽤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화폐에 관한 전시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화폐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데, 1,000원권의 ‘퇴계 이황’과 5,000원권의 ‘율곡 이이’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아마 많은 이들이 비슷한 의구심을 품고 있을 것이다. 성리학의 나라였던 조선 왕조가 허망하게 막을 내리고, 먹고살기 .. 2026. 3. 29.
'낳음 당했다' 믿는 당신에게: 불교의 사성제에 관하여 아이가 물었다."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괴로움인 걸 알겠어요. 하지만 생일은 축하하잖아요. 태어나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요? 왜 '생'로병사가 고통인가요?" 청년이 대답했다."난 '낳음 당했을' 뿐이야. 생일 축하란 것은 그저 삶의 비루함을 감추기 위한 거짓 장식일 뿐이지. 원치 않은 생의 시작, 이게 고통이 아니면 뭐겠어? 누가 낳아달랬냐고." 이 대화는 픽션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실제 정서의 재구성이다. 한국리서치가 2023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43% 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 이상 해봤다고 응답했다. 이 감각에는 이름이 있다. 반출생주의(Anti-natalism)다. 이 글은 이 감각을 틀렸다고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 2026. 3. 27.
AI가 만든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보르헤스가 던지는 질문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자료 조사를 하라고 학생들에게 태블릿을 쥐어줄 때가 있다. 그러면 이제 학생들은 묻는다. "챗지피티 써도 되나요?" 생성형 AI가 내놓은 문장을 그대로 쓰는 학생들의 글은 금방 티가 난다. 대충만 봐도 가려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학생이 그것을 조금 고쳐 더 나은 문장으로 만들어 제출한다면? 그 글의 저자는 누구인가. 학생인가, AI인가, 아니면 AI를 학습시킨 수백만 명의 원저자들인가. 이 질문에 가장 정확하게 답한 사람은 철학자도 법학자도 아니었다. 1939년에 단편소설을 쓴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였다. 그의 소설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는 AI 저작권 논쟁이 시작되기 80년 전에 이미 그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 2026. 3. 26.
유미의 세포들3 공개를 기다리며: 내 안의 '세포'들은 어떻게 기쁨을 찾는가 유미의 세포들3이 4월 13일 공개를 확정했다.https://youtu.be/c3j5JlU4AvA?si=BOULYRm54m4Tql9x 윰세는 웹툰 연재 때부터 정말 사랑했던 작품이다. 드라마화된 것도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여주 김고은의 사랑스러움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홍설 김고은이나 도깨비신부 김고은(워낙 다작을 하셔서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아무튼)보다 유미 김고은이 참 좋다. 그 다음은 작은아씨들의 오인주 김고은. 윰세3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남자주인공이 아닐까? 시즌 1부터 웹툰과의 미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윰세 시리즈의 남자주인공들... 유미의 세포들 3를 기다리며 윰세 시리즈가 주는 메시지를 스피노자와 연결하여 풀어보도록 하겠다. 1. 내 머릿속의 작은 주.. 2026.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