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 읽는 철학6 우리는 왜 연프를 볼까: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으로 읽는 연애 리얼리티 나와 동거인은 연프 중독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을 많이 소비한다. 평범한 청춘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데이트를 하는 내용은 사실 너무 흔해졌다. 그래서 '모쏠' 설정, '내 새끼의 연애', '합숙맞선', '돌싱X모쏠', '무속인들끼리의 만남' 등 별의별 연프가 다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연프 중독자라면 대한민국은 연프공화국이 맞지 않나.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아예 연프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도대체 모르는 일반인들이 나와서 연애하는 모습이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도 가끔 생각해본다. 연프가 이렇게 넘쳐나고, 시즌이 거듭될수록 출연자만 바뀔 뿐 모든 것이 반복되는데 무엇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일까. 하트시그널 5가 최근 오픈했다. 선남선녀들이.. 2026. 5. 2. 타인의 복수에 기꺼이 동참하는 우리: '더 글로리'와 융의 그림자 『더 글로리』의 문동은은 자신을 학대하고 방치했던 엄마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다. 패륜, 불효.. 설마 뭐 이런 단어가 떠오르는 사람 없겠지? 세상엔 없는 게 나은 부모도 있다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으니까. 문동은의 행보는 오히려 응원을 받는다. 시원하고 통쾌하다. 타인의 복수에 기꺼이 동참하게 되는 이 간접적이고 감정적인 경험. 그 짜릿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더 글로리는 허구지만 박연진과 전재준과 동은의 친모 같은 사람들은 세상에 사실 널렸다.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나뿐일까.1. 우리는 왜 복수 서사에 열광하는가: 융의 그림자칼 구스타프 융은 인간의 무의식 안에 '그림자(Shadow)'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림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억압하거나 부정하는 충동들, 즉 공격성, 질투, 복수심, 탐욕 .. 2026. 4. 7. 숫자가 된 얼굴들에게: <다음 소희>와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콜센터 야간 근무를 한 적 있었다. 어차피 방학 동안만 일하고 그만 둘 거였다. 그래서 근무 강도는 고려하지 않고 높은 페이만을 기대하며 들어갔다. 국내 모 보일러 회사에서 콜센터만을 외주로 돌린 하청업체였다. 회사 위치는 영등포 어딘가. 겨울 방학이었다. 한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난 사람들이 전화하는 곳. 사람들의 태도가 어떨 것 같은가? 나는 세상에 그런 심한 욕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에게 그렇게 심한 욕을, 그렇게 오랜 시간, 그렇게나 높은 목소리로 내지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나중엔 사람들이 단순히 보일러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란 걸 깨달았고, 2달을 넘겨서 일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왜냐, 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으니.. 2026. 4. 5. 유미의 세포들3 공개를 기다리며: 내 안의 '세포'들은 어떻게 기쁨을 찾는가 유미의 세포들3이 4월 13일 공개를 확정했다.https://youtu.be/c3j5JlU4AvA?si=BOULYRm54m4Tql9x 윰세는 웹툰 연재 때부터 정말 사랑했던 작품이다. 드라마화된 것도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여주 김고은의 사랑스러움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홍설 김고은이나 도깨비신부 김고은(워낙 다작을 하셔서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아무튼)보다 유미 김고은이 참 좋다. 그 다음은 작은아씨들의 오인주 김고은. 윰세3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남자주인공이 아닐까? 시즌 1부터 웹툰과의 미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윰세 시리즈의 남자주인공들... 유미의 세포들 3를 기다리며 윰세 시리즈가 주는 메시지를 스피노자와 연결하여 풀어보도록 하겠다. 1. 내 머릿속의 작은 주.. 2026. 3. 25. 감정은 우리에게 일어나는가, 우리가 일으키는가: 영화 '어바웃 타임'과 스토아 철학의 답 인생 영화가 뭐예요? 라고 물으면 가끔 레이첼 맥아담스가 끝내주게 아름답게 나오는 영화 '어바웃 타임'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의 반응은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최근엔 부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아, 어바웃 타임, 라라랜드 빼고 말하라고 할 걸 그랬어' 같은. 그만큼 사람들 입에 너무 많이 오르내려서 그런지 지겹다는 반응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꿋꿋이 인생 영화로 어바웃타임을 꼽는 사람들을 꽤 좋아(?)한다. 왜냐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히 비오는 결혼식 장면이 예뻐서,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부러워서가 아니지 않을까 해서다. 영화가 건네고자 하는 행복한 삶의 비밀 공식을 어렴풋이라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 2026. 3. 24. 죽음을 선택할 권리: 드라마 '은중과 상연'과 스위스 원정 안락사가 던지는 질문 죽음에 관한 뉴스를 직업적 냉정함으로 읽어내려다 멈춘 적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60대 남성이 스위스행 비행기를 타려다 가족의 신고로 발을 돌렸다는 기사였다. 폐섬유증. 폐 조직이 점점 굳어 숨을 쉴 수 없게 되는 불치병. 3~5년 시한부. 그 사람이 선택하려 했던 것이 '도주'가 아니라 '마지막 주권의 행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은중과 상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에 이 드라마를 무척 흥미롭게 감상한 나는 이 사건과 드라마 속 상연의 상황을 겹쳐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글은 조력 존엄사를 찬성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아직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 질문 -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 를 철학과 현실의 언어로 함께 들여.. 2026. 3.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