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4 '낳음 당했다' 믿는 당신에게: 불교의 사성제에 관하여 아이가 물었다."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괴로움인 걸 알겠어요. 하지만 생일은 축하하잖아요. 태어나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요? 왜 '생'로병사가 고통인가요?" 청년이 대답했다."난 '낳음 당했을' 뿐이야. 생일 축하란 것은 그저 삶의 비루함을 감추기 위한 거짓 장식일 뿐이지. 원치 않은 생의 시작, 이게 고통이 아니면 뭐겠어? 누가 낳아달랬냐고." 이 대화는 픽션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실제 정서의 재구성이다. 한국리서치가 2023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43% 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 이상 해봤다고 응답했다. 이 감각에는 이름이 있다. 반출생주의(Anti-natalism)다. 이 글은 이 감각을 틀렸다고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 2026. 3. 27. AI가 만든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보르헤스가 던지는 질문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자료 조사를 하라고 학생들에게 태블릿을 쥐어줄 때가 있다. 그러면 이제 학생들은 묻는다. "챗지피티 써도 되나요?" 생성형 AI가 내놓은 문장을 그대로 쓰는 학생들의 글은 금방 티가 난다. 대충만 봐도 가려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학생이 그것을 조금 고쳐 더 나은 문장으로 만들어 제출한다면? 그 글의 저자는 누구인가. 학생인가, AI인가, 아니면 AI를 학습시킨 수백만 명의 원저자들인가. 이 질문에 가장 정확하게 답한 사람은 철학자도 법학자도 아니었다. 1939년에 단편소설을 쓴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였다. 그의 소설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는 AI 저작권 논쟁이 시작되기 80년 전에 이미 그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 2026. 3. 26. 유미의 세포들3 공개를 기다리며: 내 안의 '세포'들은 어떻게 기쁨을 찾는가 유미의 세포들3이 4월 13일 공개를 확정했다.https://youtu.be/c3j5JlU4AvA?si=BOULYRm54m4Tql9x 윰세는 웹툰 연재 때부터 정말 사랑했던 작품이다. 드라마화된 것도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여주 김고은의 사랑스러움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홍설 김고은이나 도깨비신부 김고은(워낙 다작을 하셔서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아무튼)보다 유미 김고은이 참 좋다. 그 다음은 작은아씨들의 오인주 김고은. 윰세3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남자주인공이 아닐까? 시즌 1부터 웹툰과의 미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윰세 시리즈의 남자주인공들... 유미의 세포들 3를 기다리며 윰세 시리즈가 주는 메시지를 스피노자와 연결하여 풀어보도록 하겠다. 1. 내 머릿속의 작은 주.. 2026. 3. 25. 감정은 우리에게 일어나는가, 우리가 일으키는가: 영화 '어바웃 타임'과 스토아 철학의 답 인생 영화가 뭐예요? 라고 물으면 가끔 레이첼 맥아담스가 끝내주게 아름답게 나오는 영화 '어바웃 타임'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의 반응은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최근엔 부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아, 어바웃 타임, 라라랜드 빼고 말하라고 할 걸 그랬어' 같은. 그만큼 사람들 입에 너무 많이 오르내려서 그런지 지겹다는 반응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꿋꿋이 인생 영화로 어바웃타임을 꼽는 사람들을 꽤 좋아(?)한다. 왜냐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히 비오는 결혼식 장면이 예뻐서,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부러워서가 아니지 않을까 해서다. 영화가 건네고자 하는 행복한 삶의 비밀 공식을 어렴풋이라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 2026. 3. 24. 유튜브 알고리즘과 철학적 결정론: 나의 클릭은 정말 '자유의지'인가? 나는 얼마 전 대표적 숏폼 앱을 하나 삭제했다. 처음에는 '잠깐 보면서 시간 보내지, 뭐.',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 좀 볼까?'라는, 나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2시간? 2시간이 뭔가. 숏폼을 보며 3시간이 훌쩍 넘어간 것을 발견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당혹스러웠고 정신도 신체도 피로했다.그럼에도 곧바로 앱을 끄지 못한 건, 내가 좋아하는 주제들을 내가 '선별'해서 보고 있다는 착각 때문이었다. 숏폼을 넘기다 넘기다, 알아듣지도 못할 어떤 외국어로 말하는 여성이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춤을 추는 영상이 떴을 때, '아, 내 알고리즘이 썩어버렸구나' 직감했다.'내가 보고 싶어서 보고 있다'는 느낌. 정말일까? 구글의 전 회장 에릭 슈미트는 2010년 테크노미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2026. 3. 24.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과 마르크스의 노동 소외론 왜 현대인은 일터에서 의미를 찾지 못할까?2022년 미국의 한 엔지니어가 자신의 틱톡 계정에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용어를 쓴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 현상이 알려지게 됐다.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부여된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며 심리적으로는 일과 자신을 분리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열정 부족’이나 ‘무책임’으로 비칠지 모르나, 청년층의 인식은 당연히 나쁘지 않다. 오히려 긍정적인 편이다. 단순히 MZ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치부하기에는 이 현상이 가진 뿌리가 깊다. 약 180년 전,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 노동자가 겪게 될 필연적인 비극을 예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소외(Alienation)’.. 2026. 3. 23.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