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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철학자 시리즈6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 5 (완결) : 시몬 베유(Simone Weil, 1909~1943) 이 글은 시몬 베유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기록한 독서 일지에 가깝다. 베유의 문장들은 원전을 바탕으로 한 번역이며, 인용 출처를 각 단락에 밝혔다. 첫날.베유를 처음 펼친 것은 아무 준비 없이였다. 시리즈의 마지막 인물로 그를 선택했을 때, 나는 그저 "좌파이면서 신비주의자, 유대인이면서 가톨릭에 매료된 철학자"라는 소개 문장만 알고 있었다. 그 소개 문장이 이미 이상했다. 좌파이면서 신비주의자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유대인이면서 가톨릭에 매료된다는 것은 어떤 내면의 지형인가. 시몬 베유(Simone Weil, 1909~1943)는 파리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오빠 앙드레 베유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시몬은 오빠의 천재성을 어릴 때부터 옆에서 보며 자랐고.. 2026. 4. 2.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 4: 최한기(崔漢綺, 1803~1879) 심화편 최한기(崔漢綺, 1803~1879): 세 번 읽어야 보이는 사람서론: 나는 최한기를 세 번 오독했다최한기(崔漢綺, 1803~1879)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대개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조선 후기 실학자, 동서양 사상을 융합한 선구자, 근대적 경험주의의 선구자. 이 세 가지 수식어가 그에게 가장 자주 붙는 것들이다. 나는 이 순서대로 최한기를 읽었고, 순서대로 틀렸다. 첫 번째 독해는 그를 정약용의 아류로 만들었고, 두 번째 독해는 그를 동양의 베이컨으로 만들었으며, 세 번째 독해에서야 비로소 그 두 규정 모두 최한기의 사유가 가진 가장 독특한 층위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글은 그 세 번의 오독과 수정의 기록이다. 조선 성리학의 내적 논리와 19세기 서양 경험주의의 구조적 차이에 관심 있는 독자.. 2026. 4. 2.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 4 : 최한기(崔漢綺, 1803~1879) 일반편 나는 한국사를 좋아하고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에 상당한 흥미를 느낀다. 특히 조선 후기의 학자들에게 관심이 크다. 왜냐하면 사상사적으로 그들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견고하던 관료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장시(場市)에서는 돈이 돌았으며, 바다 건너에서 온 낯선 책들이 조선의 서재에 슬그머니 들어오던 시대....! 조선 땅이라는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의 진정한 진리란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민하고 영특한 학자일수록 더 그랬을 것. 그 중 한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한기(崔漢綺, 1803~1879): 방 안에서 세계를 읽은 사람서두: 새벽, 명남루에 불이 켜진다새벽 한양. 명남루(明南樓)라는 이름의 서재에 불이 켜진다. 최한기(崔漢綺, .. 2026. 4. 2.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 3 : 안도 쇼에키(安藤昌益, 1703~1762) 안도 쇼에키(安藤昌益, 1703~1762): 200년 만에 온 손님 앞에서아래는 안도 쇼에키(安藤昌益, 1703~1762)의 사상을 필자가 상상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쇼에키의 발언은 원전을 바탕으로 한 해석적 재현이며, 그의 실제 발언이 아님을 밝힌다.서론: 철학자를 만나러 가는 길의 불편함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내내 불편했다. 쇼에키의 사상을 공부하면 할수록, 그 사상이 나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철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고, 지식을 다루는 일을 하는 나는, 쇼에키의 언어로 말하자면 전형적인 법세(法世)의 수혜자다. 나는 직접 밭을 갈지 않는다. 이 글은 그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쇼에키와 정면으로 마주한 기록이다. 자신이 믿는 가치와 자신의 .. 2026. 4. 1.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 2 : 비코(Giambattista Vico, 1668~1744) 내가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사실 따로 있다. 요즘 'TOS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B주류 초대석'을 재밌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B급, 비주류로 칭하는 세 호스트들은 채널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화보까지 찍었다. 비주류가 화보를 찍는다. 이 역설이 증명하는 것은 하나다. 마이너함은 열등함이 아니라는 것. 비주류는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소외와 가난과 슬픔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마이너의 매력은 그 매력을 알아보는 자들의 심장에 직진하여 무언가를 꿰뚫어낸다. 철학의 역사에도 같은 법칙이 작동한다.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인물은 그 법칙의 가장 극단적인 증거다. 그는 자신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반지를 팔아야만 했지만, 그 책은 유럽 지성계에서 완전히 무시되었으.. 2026. 4. 1.
비주류 철학자 시리즈 1 : 이지(李贄, 1527~1602) 유학의 언어로 유학의 권력을 해체한 이단아가장 위험한 이단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체제의 가장 충실한 내부자에게서 태어난다. 이 명제를 처음 떠올렸을 때, 나는 내가 몸담았던 어떤 조직을 생각했다. 가장 날카로운 내부 비판자는 그 조직의 원래 언어를 가장 진지하게 믿었기 때문에 비판자가 되기도 한다. 이건 아이돌 팬덤 세계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이다. 가장 극렬한 애정을 바쳤던 팬이 한번 그 세계의 모순(거하게 현타를 맞는다던가)을 인지하게 되면 세상에서 그 아이돌의 치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잔혹한 안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명나라 말기의 철학자 이지 (李贄, 1527~1602)가 정확히 그랬다. 그는 공자를 몰랐거나 거부한 것이 아니라, 공자를 너무 진지하게 읽었기 때문에 공자를 팔.. 2026. 3. 31.